1장 문학이란 무엇인가 _ 임지연
2장 작가란 무엇인가 _ 이상진
3장 독자란 무엇인가 _ 박진
4장 비평이란 무엇인가 _ 한석현
5장 시란 무엇인가 _ 김신정
6장 시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_ 김신정
7장 현대시 읽기 _ 임지연
8장 서사와 삶 _ 박진
9장 소설의 서사 _ 박진
10장 판타지와 SF _ 박진

* 각 장별 출제예상문제 + 해설포함 *

제1장 문학이란 무엇인가

Ⅰ. 문학의 정의

1. 문학 정의의 복잡성과 접근 방식
(1) 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본질
① 난해성의 원인
• 문학이란 무엇인가는 답을 내리기 어려운 질문이다. 문학의 생성 방식, 창작 주체, 창작 방법, 향유 주체, 소통 방식 등 무수한 질문들의 집합체로 접근해야 하는 복합적 질문이다.
② 다원적 응답의 필요성
• 문학의 요소와 장르적 특성 등 이 책에서 다루는 모든 내용은 '문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단일한 답이 아니라 복수의 응답들이 될 것이다. 이는 문학이 하나의 정의로 환원될 수 없는 복합적 현상임을 의미한다.

(2) 문학의 존재론적 특성
① 실체가 아닌 사건으로서의 문학
• 문학은 본래부터 존재하는 실체가 아니다. 문학이란 천상으로부터 주어진 영원불변의 실체처럼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니다. 문학은 만들어지고, 변화되고, 굴절되고, 창조되는 역동적 사건으로 보아야 한다.
② 문학의 다양성과 가변성
• 17세기 영국의 문학과 20세기 서울의 문학은 다르다. 문학 교수의 문학과 농부의 문학은 다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와 김소월의 시는 다르다. 이처럼 문학은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다. 따라서 문학은 '문학들'이라는 열린 관점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③ 열린 관점의 실천적 의의
• 문학을 '문학들'로 바라볼 때 문학의 지평을 독창적으로 구성할 수 있으며, 현재 나에게 문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실천적으로 사유할 수 있는 관점이 열린다.

2. 문학의 보편적 특성
(1) 언어로 이루어진 미적 형식
① 문학의 질료로서 언어
• 문학의 질료는 언어이다. 미술의 질료가 색과 형태이고, 음악의 질료가 소리인 것처럼, 문학은 언어로 구성된다. 언어는 문학의 기본 형태를 구성하는 근본 요소이다.
② 어원적 의미와 역사
• 문학(literature)이라는 용어는 라틴어 'litera'에서 유래했다. litera는 현재 letter의 뜻으로, 문자로 표현된 모든 것, 문헌, 학문, 인쇄물 등을 총칭한 것이다. 서구에서 문학은 어원적으로 모든 문자 행위를 의미했다.
③ 동양의 문학 개념
• 중국의 주자는 공자가 쓴 『논어』 「선진편」을 주해하면서 문학을 시서예악에 대한 학식이 있고, 이를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동양에서도 문학은 언어와 밀접하게 관련된 것이었다.
④ 구전문학의 포괄
• 여기서 언어는 기록된 문자뿐 아니라 구전되는 언어까지도 포함한다. 구전문학이라고 일컫는 작품은 오랫동안 입으로 구전되다가 근대에 이르러 문자로 기록된 것이다. 독일의 그림(Grimm) 형제가 수집한 동화, 아시아 여러 지역에 내려오는 흥부 설화, 우리의 옛이야기인 혹부리 영감 등이 대표적이다.

(2) 언어의 이중적 구조와 문학적 활용
① 소쉬르의 기호 이론
• 언어학자 페르디낭 드 소쉬르에 따르면 언어는 기의(記)와 기표(記表)의 구조로 되어 있다. 전자가 언어의 의미나 개념에 해당한다면, 후자는 언어의 소리나 무의미한 측면을 뜻한다.
② 기호의 자의성
• 기의와 기표의 관계는 필연적이지 않고 자의적이다. 우리말 '나무'는 영어로 'tree', 중국어로 '树', 프랑스어로 'arbre'인 것처럼 의미와 소리는 다양한 방식으로 존재한다. 이처럼 문학은 언어의 이중적 측면과 다양성을 활용한다.
③ 무의미의 의미 - 김춘수의 「처용단장」
• 김춘수의 시 「처용단장」에는 "사바다는 사바다, 멕시코는 어디있는가/사바다의 누이는 어디있는가"라는 구절이 있다. 이 구절은 언어의 의미와 무의미의 특성을 실험하고 있다. 어떤 맥락도 없이 사바다는 사바다, 사바다의 누이, 멕시코라는 시어가 등장한다. 특히 사바다는 아무 뜻도 지니지 않은 소리 이미지이다.
④ 무의미의 효과
• 『청산별곡』의 "얄리얄리 얄라성" 구절 역시 무의미한 소리를 포착한 것이다. 그럼에도 이 소리는 음악적 효과를 강화하면서 감정과 분위기를 만드는 힘이 있다. 언어는 문학의 제1요소이므로 그 특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3) 허구적인 미적 세계의 구성
① 허구의 본질
• 문학은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언어를 질료로 삼아 허구적으로 창조된다. 여기서 허구의 세계는 완전히 존재하지 않는 세계, 가짜 세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현실 세계와 구분되지만, 작가가 창조한 세계를 말한다.
② 허구의 실재성
• 로미오와 줄리엣은 현실 세계에는 없지만, 셰익스피어의 작품이나 예술 영역에서 실재한다고 말할 수 있다.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에 따르면 인간은 '세계-내적-존재'로서 자기의 주관성에 갇힌 고립된 존재가 아니라 바깥 세계로 열려 비인간 사물들과 함께 공동 세계에 참여하는 존재이다.
③ 허구 세계의 개방성
• 작가가 구성한 허구 세계는 개인의 상상력에 기초하면서도 바깥으로 열려 있어 자신과 다른 존재들과 창조적으로 구성된다. 그러므로 허구의 미적 세계는 현실과 완전히 분리된 가짜 세계가 아닌 것이다.

(4) 개연성의 개념과 역할
① 개연성의 정의: 개연성은 그럴 법하게 꾸며 마치 사실인 것처럼 만드는 속성이다. 개연성은 현실을 보다 밀도 있게 담아낸다.
② 신경숙의 『외딴방』 분석
• 신경숙의 장편소설 『외딴방』은 1970년대 말 작가가 산업체 학교에 다니던 시절이 반영된 자전적 성격을 띠지만, 다양한 시간 기법과 화자의 변화 등이 구사된 미적 허구의 세계라고 할 수 있다.
③ 개연성을 통한 보편성 획득
• 이 소설은 1970년대 말 어두운 사회 분위기, 공단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현실 등이 개연성을 확보하면서 지극히 사적이고 내면적인 이야기로서 시대적 보편성 또한 보여 준다. 문학은 개연성을 통해 허구의 세계를 현실과 완전히 분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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